Sunday, September 26, 2010

駿馬



한 마리 준마의 힘은 그 말이 적당한 때에 딱 정지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밖에는 더 잘 알아 볼 길이 없다.

몽테뉴,
[수상록] 중.
 
 

Sunday, September 5, 2010

매너리즘과 바로크 사이의 연관성



임석재 교수님, 인간과 인간 중 발췌
"고전주의라는 입장에서 보면 매너리즘과 바로크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 연관성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차이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매너리즘은 개별적 차원의 반고전주의에 머문 일탈 현상에 불과한 반면, 바로크는 처음부터 새로운 고전주의를 지향했다. 매너리즘 건축가들은 자신들의 변형적 시도에 대한 건축적 근거와 조형적 타당성을 제시할 의지가 없는 듯했다. 미켈란젤로를 제외하고 이것을 하나의 새로운 규범으로 창출할 의지는 더욱 없었다. 매너리즘은 가구식 구조와 벽체 구조 사이에 애매하게 머물러 있었다. 혹은 둘의 무작위적 혼용일 수도 있었다. 개별 어휘의 위치 이탈이나 변형 등이 우선시되었다. 기존 문법을 흐트러트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이와 달리 바로크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새로운 고전주의를 창출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바로크는 벽체 구조의 건축적 특징과 조형적 가능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통일된 법칙을 실험해서 새로운 문법으로 만들려는 경향이었다. 유동성, 곡면, 오목-볼록, 타원 등의 조형성이 대표적인 내용이었다. 가구식 구조는 이런 벽체 구조의 조형성에 종속되었고 이에 맞춰 변형되었다. 매너리즘이 유클리드 기하학 내에서 단편적 흐트러트리기였다면, 바로크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비정형 양식을 창출한 것에 유비될 수 있다.
 반면에 매너리즘과 바로크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입장은 좀더 거시적 차원의 시각이다. 두 양식 모두 초기 근대 고전주의 내에서 비정형 경향으로 앞뒤를 이루며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 내용은 앞에서 본 것처럼 두 양식 모두 로마 시대 고대 바로크의 속성과 벽체 구조의 조형적 가능성을 그 본성에 합당하게 비정형적으로 각색한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너리즘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양식 전개 과정은 큰 단절이나 뚜렷한 구별 없이 일제수, 다비뇰라, 스카모치 등을 공통 매개로 삼아 하나의 연속 흐름으로 이어진 측면이 강했다. 디털린과 한스 프레더만 더프리스 등은 오더와 벽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여 매너리즘과 바로크 사이의 연관성을 높였다."

심도와 균형을 모두 갖춘 시선이다. 동시에 명쾌하기까지 하다.
멋진 글이 아닐 수 없다. 감탄에 또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