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크리톤이라는 걱정 많은 제자 하나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죽음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모든 사람들이 다 바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지....
다만, 명심할 것이 있네. 우리 주위에 있는 50억의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는 확신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노력의 결과라는 것일세. 귀고리 코걸이 달고 찢어진 청바지 입고 껄렁대는 날라리들은 꿈도 못 꿀 일이지. 재능도 있어야 하고 땀도 흘려야 하는 거야. 모든 걸 한꺼번에 이루려고 하면 안되네. 조급하게 굴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야 해. 시간에 딱 맞추어 담담하게 죽을수 있게 말일세. 하지만 죽기 전날까지는 이 세상에 바보가 아닌 존재, 우리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가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해야 하네. 그러다가 적절한 순간에 -미리 하면 안되고- 그 사람 역시 바보임을 깨닫는것이 바로 지혜일세. 그래야만 비로서 우리가 담담하게 죽을수 있을걸세. 그러한 지혜를 얻는 방법은 보편적인 사상을 조금씩 조금씩 공부해 가면서 세태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고, 미디어의 정보와 자신만만한 예술가들의 주장과 제멋에 취한 정치가들의 발언과 비평가들의 난해한 논증을 매일매일 분석하고, 카리스마적인 영웅들의 제안과 호소와 이미지와 외양을 연구하는 것일세. 그래야만 결국 그자들 모두가 바보라는 놀라운 계시를 얻게 될 테니까. 그러고 나면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는 것이지."...
크리톤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선생님께서 혹시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자네 벌써 죽을 때가 되어 가는구먼."
움베르토 에코,
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