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25, 2010

이미지-세계


 플라톤에서 포이에르바하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옹호하는 모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미지를 단순한 외양으로 여긴다(묘사된 대상과 이미지는 완전히 별개라고 가정한다)는 것은 묘사된 대상이 놓여져 있는 현실에 들어가려고 이미지를 만들었던 저 신성한 시대와 장소에서 우리를 완벽하게 벗어나게 해주는 탈신성화 과정의 일부이다. 세속주의가 완벽한 승리를 거둬 회화도 점점 세속의 길을 걷게 되었던 바로 그 순간에 이미지가 원시 사회에서 지녔던 것과 같은 지위를(세속적인 용어로) 되살려냈다는 것, 바로 여기에 사진의 기발함이 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꼭 마술 같다고 여기는 우리의 태도야말로 사진이 이런 기발함을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토대일 것이다. 이젤 위에서 그려지는 회화가 그 피사체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회화는 그저 피사체를 재현하거나 가리킬 뿐이다. 그렇지만 사진은 피사체와 닮았을 뿐만 아니라 피사체에 대한 일종의 봉헌물이다. 사진은 피사체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그 연장이며, 피사체를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게 해주는 잠재적 수단이기도 하다. 사진은 다양한 형태의 소유이다. 우리는 사진이라는 대용품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이나 사물을 소유하는데, 이런 소유 방식 덕택에 사진은 독특한 오브제의 성격을 띠게 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일부 경험했든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든 어떤 사건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소비에 길들여진 탓에 우리는 경험(직접 겪었는지 전혀 못 겪어본 경험인지)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 이미지와 현실의 개념은 상호보완적이다. 현실의 개념이 변하면 이미지의 개념도 변하고,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 그러나 진정으로 현대적인 원시주의는 이미지를 실제 사물로 간주하지 않는다. 사진 이미지는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실은 우리가 카메라를 통해서 보게 되는 이미지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흔히 오늘날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폭력적인 사건-항공기 충돌, 총기 난사, 테러리스트들의 폭파 등에 대해 "마치 한편의 영화같았다"라고 즐겨 말한다. 다른 식으로는 충분히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없다는 듯이,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일이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 설명해 주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산업화가 안 된 나라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대부분 사진에 찍힐 때 불안해한다. 이들은 사진 촬영이란 일종의 침해이자 불경한 행동이며, 자신들의 개성이나 문화를 고상한 척 약탈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산업화된 나라의 사람들은 스스로 사진에 찍히고 싶어한다. 자신이 곧 이미지이고, 자신이라는 존재는 사진을 통해서만 현실적이 된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수전 손택,
이미지-세계,
[사진에 관하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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